[우아한 거짓말] 김려령 / 드러나지 않는 폭력과 죽음 그 뒤에
- 저자
- 김려령
- 출판
- 창비
- 출판일
- 2022.12.29
김려령 장편소설 우아한 거짓말
살고 있는 지역의 북 페스티벌을 맞아 스탬프 투어 이벤트를 한다기에, 가까운 도서관을 찾았다.
9월부터 새로 시작한 챌린지 책을 읽으려고 골라서 몇 권 대여했다.
완득이 소설의 김려령 작가의 장편소설
약간 믿읽작(믿고 읽는 작가)이었기에 망설임 없이 읽기 시작한 책.
청소년 소설은 성인 소설과 달리 좀 더 따뜻한 맛이 있고, 아련한 맛이 있다.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내 모습이 나아가야 할 길을 더 잘 찾을 수 있다. 그래서 청소년 소설 읽기를 즐긴다. 읽고 아이에게 추천하거나 아이도 읽고 소감을 말해줄 때의 쾌감은 또 다른 큰 소득이기도 하다. 매번 같이 읽어주지는 않지만...
천지의 죽음과 그 주변의 인물들
남편을 잃고 혼자 두 딸을 키우던 엄마, 그 집의 둘째 천지는 조용하고 생각이 많은 아이였다. 뜨개질을 즐기고 손으로 만드는 것을 잘했다. 공부도 그다지 뒤처지지 않았다. 흔한 떼도 안 쓰던 천지가 mp3를 사달라고 엄마에게 조르고, 언니의 책상을 다음 달에 손봐준다고 하고는 그날 자살을 했다.
천지는 왜 세상을 뜬 걸까? 이제 둘이 남은 엄마와 언니 만지는 다른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그 아파트에는 천지의 단짝인 화영이 살고 있었다. 화영과 천지는 단순한 친구관계가 아니었다. 화영은 천지의 친구처럼 보이지만 천지의 다른 인간관계를 단절시키고 은근히 자기가 하는 대로 따라오게끔 하는 친구였다.
이런 관계는 [죽이고 싶은 아이/이꽃님]에서도 읽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친구로 시작했지만, 비뚤어진 관계안에서 결국 가해자도 피해자도 상처받고 마는 결말.
아이들은 친한 친구 사이에서도 상처를 많이 받는다. 이렇게 천지와 화영이처럼 관계가 굳어진 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친구와 적대적인 어떤 관계 사이를 아이들은 넘나 든다.
때로는 자기가 외로울 때 무조건 부를 수 있는 상대가 되기도 하지만, 나를 드러내기 위한 배경으로 굳힌 상대가 되기도 한다. 많은 아이들이 그 사이에서 새로운 관계를 찾아가고 또는 관계를 엎으면서 자라날 것이다. 나를 웃음으로 대하지만 경멸하는 존재,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지만 모든 것을 엎어놓는 존재.
그런 천지와 화영에게서 안타까움을 느낀다. 그 관계를 혐오했으나 방관자로만 남았던 미라와 그 깊은 것들을 파악할 수 없었던 담임에게도 비애가 느껴진다. 엄마와 만지는 천지의 죽음의 이유를 알고 싶고 그 책임을 어떻게든 묻고 싶었다. 살아남은 화영과 그 모든 걸 지켜보던 미라도 천지가 남긴 용서를 받는다.
용서 받아야 할 입장이라는 걸 몰랐던 미라, 그리고 생각지 않은 용서를 받은 화영. 용서 그 뒤에 이들의 성장은 시작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어떨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학교 폭력, 친구 사이에서의 묘한 상하관계, 일명 가스라이팅이라고 불리는 모든 것들. 어른들도 쉽사리 어긋난 관계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아이들은 정해진 자리와 정해진 공간에서 일정 시간을 반드시 머물러야 한다. 아이들에게는 교실 안에서 어떤 관계는 필연적이다. 과연 교실은 아이들에게 안전할까. 친구와 가해 피해의 사이를 아이들은 잘 구분할 수 있을까. 천지 같은 아이들은 어디에서 구원을 찾을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요즘에는 교사도 학교를 떠난다. 죽지 않으려면 교단을 떠나야 한다는 말이 농담 같지 않는 시대다.
아이들도 학교를 떠난다. 학교 안에서 상처받고 그 상처를 평생 품고 살기도 한다.
우리는 학교에서 무엇을 잃어버린 걸까.
작은 사회인 학교와 교실에 무엇이 필요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