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문학
[어쩌면 스무 번] 편혜영
도서관은맑음
2023. 11. 1.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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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스무 번
우리를 둘러싼 일상을 고밀도로 압축해 보여줌으로써 표면화되지 않은 삶의 뒷모습을 감각하게 하는 작가 편혜영의 여섯번째 소설집 『어쩌면 스무 번』이 출간되었다. 소설집 출간을 앞두고 이루어진 손보미 작가와의 특별 인터뷰에서 “잡지에 발표된 소설이 책에 그대로 실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말했듯, 편혜영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쓰인 단편들 가운데 성격이 유사한 여덟 편을 골라 묶은 뒤 작품을 거듭 숙고해 퇴고했다. 그렇게 치열하고 꼼꼼한 수정을 거쳐 묶인 이번 소설집은 간결한 문장으로 만들어내는 서스펜스가 여전히 선명한 가운데 그와 분리되지 않는 삶의 애틋함을 그동안의 작품과는 다른 방식으로 보여준다. 우리에게 익숙한 장소와 관계를 새로이 돌아보게 함으로써 한국문학의 예외적인 시간을 경험하게 하는, 등단 22년 차에 접어든 편혜영 세계의 한 절정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소설집에 묶인 작품들은 모두 인물들이 현재 머물던 공간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며 시작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들이 새로 옮겨간 공간은 대체로 인적이 드문 소도시나 시골이다. 그곳은 언뜻 평화롭고 목가적인 듯 보이지만, 동시에 고립되고 폐쇄적이며 외지인에 대해 배타적인 곳이기도 하다. 『어쩌면 스무 번』에 실린 작품들은 시골이 가진 이런 이중적인 이미지 가운데 후자를 부각하면서 주변의 공간이 불현듯 낯설게 변하는 은근한 긴장감을 조성한다. 한편 이들의 이동은 가족과의 관계 또는 과거에 작은 실수를 저질렀던 자신과의 관계에서 비롯된 것인데, 이로 인해 온전히 해결되지 않았던 어떤 문제가 이전과는 다른 자리에서 어느 순간 거대한 위협이 되어 이들을 조여온다.
- 저자
- 편혜영
- 출판
- 문학동네
- 출판일
- 2021.03.17
어쩌면 스무 번
이 책은 단편소설 집으로 편혜영 작가님이 여러 곳에 수록한 작품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수록된 작품들
- 어쩌면 스무 번
- 호텔 창문
- 홀리데이 홈
- 리코더
- 플리즈 콜 미
- 후견
- 좋은 날이 되었네
- 미래의 끝
수수께끼 같은 소설
첫 소설 어쩌면 스무 번을 읽고는? 음? 내가 뭐 놓친 게 많나? 다시 앞으로 찾아가야 했다. 결말이 이해가지 않았다.
이게 끝인가 싶었다. 수수께끼 같은 질문만 남기고 소설은 끝나 버렸다.
두번째 소설을 읽고도 음? 여기 소설들은 다 이런가? 싶었다.
쉽사리 끝맺음을 갖는 소설들이 아니었다.
몇 번 다시 읽어 보고나서야 아 이 분의 단편소설들은 이렇게 약간 수수께끼 같고 열려있는 결말로 끝내는 구나.
책을 덮고는 나에게 조금 어렵네 생각했다.
그런데 자꾸 잊혀지지 않는다. 다시금 열어보고 싶다. 어느새 생각하고 있다.
그런 질문이 있는 소설들이었다.
이 단편소설들은 어딘가 공간이 변한 시기에 시작한다. 깊은 질문을 주기도 하고, 이 수수께끼의 답은 무언가 감도 잡히지 않기도 한다. 나도 아직 제대로 읽지 못한 것 같다.
다시 읽어보아야 될 소설 같다.
113. 처음에는 수오가 말해주었는데 자신이 듣지 못한 줄 알았고 그 생각을 믿었다. 이제야 수오가 애당초 그 말을 하지 않았다는 데에 생각이 미쳤다. 어떤 말은 내내 품고 있지만 결코 소리내어 말할 수 없게 된다는 것도.
122. 미조는 그게 좋았다. 사람들이 술 말고 자신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 오직 미조만이 자신의 문제가 술 때문이 아님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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