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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에 내가 있었네] 김영갑 / 처절한 예술성이 느껴지는 포토에세이집

by 도서관은맑음 2023.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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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에 내가 있었네(양장본 Hardcover)
루게릭병으로 6년간 투병생활을 하다가 2005년 세상을 떠난 사진작가 김영갑의 포토에세이집, 『그 섬에 내가 있었네』. 1985년 사진 작업을 하던 제주도에 매혹되어 그곳에 정착했다. 어느날부터 사진을 찍을 때면 셔터를 눌러야 할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루게릭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병원에서는 3년을 넘기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절망하지 않고 2002년 폐교를 고쳐 갤러리 '두모악'을 열었다. 그리고 투병생활을 한지 6년만인 2005년, 병원이 말한 3년의 두 배를 살고 세상을 떠났다. 뼈는 갤러리 '두모악'에 뿌려졌다. 그래서 지금, 저자는 자신이 사랑한 제주도에 영원히 머물게 되었다. 이 책은 저자가 투병생활 5년째인 2004년에 출간한 〈그 섬에 내가 있었네〉의 양장본으로, 작품에 전념하기 위해 제주도로 내려와 정착하면서 살아온 기록을 담고 있다. 제1부에는 10년 전 저술한 글을 정리한 것으로, 제주도에 매혹되어 정착하게 된 이야기와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제2부에서는 투병생활 이야기와 폐교를 고쳐 직접 만든 '두모악'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전체컬러. 양장본.
저자
김영갑
출판
휴먼앤북스
출판일
2007.05.28

 

그 섬에 내가 있었네 / 김영갑

 

 사진에는 문외한인 나에게 나에게 많은 울림을 준 책이다.

 김영갑 사진작가가 어떤 이인지 나는 모른다. 

 제주도도 놀러 1번 가본 것이 전부 인다. 그것도 3대의 가족 여행이라 딱 볼 데만 보고 왔다.

 

이 책에만 있는, 이 사진에만 있는 제주도의 그 무엇

 

 이 책의 사진, 그러니까 김영갑 작가의 사진에는 티브이에 흔히 나오는 그런 풍경이 아니다. 태풍에 흔들리는 것 같은 나무의 사진, 산 위에서 내려본 안개가 자욱이 깔린 산 중턱의 사진, 바람에 깔깔깔 웃는 듯이 흔들리는 꽃의 사진 등이 있다.

 나는 예술적이 감각이 뛰어나지 않아서 사진에 대해서는 잘 모르나, 책을 읽다 보니 이 한순간을 찍기 위해 몇 날 며칠을 기다리고 기다렸던 작가의 마음이 느껴진다.

 

 사진을 실제 크기로 보면 어떨까 싶다. 작은 지면이 담아내기에는 한계가 있는데, 그런 아쉬움이 느껴진다.

 작가의 투병 중에 완성했다는 갤러리에 가보고 싶은 마음도 든다.

 

 작가는 제주도를 정말 미치게 사랑했다. 

 부모 형제를 등지고, 세상의 어떤 평가에도 상관하지 않고,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이 느꼈던 제주도 자연의 그 정서들을 담아내기 위해 제주도에서 사진만 찍었다. 진짜 예술가는 이런 걸까, 이토록 미쳐있는 사진가이기에 이런 사진들을 찍을 수 있는 걸까?

 

 그렇기에 그의 사진에는 제주도의 바람이 들어있고, 습한 냄새가 나고, 흙냄새가 난다. 

 

김영갑 작가의 삶

 포토 에세이라서 읽기에 어려움은 없다. 

 작가는 이어도에 푹 빠지고, 산에서도 살며, 산 중턱에서 매일 카메라를 들고 들로 출근한다.

 그 사이 어머니를 암으로 잃고, 아버지도 돌아가시고 자신은 늙어간다. 

 제주도에 머물며 사진 찍는 것은 그런 그가 밥을 굶어도, 집을 구하기 힘들어도 계속된다.

 작가가 루게릭 병을 진단받고 갤러리를 완성하는 이야기는 책 말미에 배치되어 있다.

 병 진단 전의 내용은 작가가 제주도의 산과 들을 누비면서 방황하는 모습으로 보였다. 어떻게든 그곳에서 답을 찾으려는 모습이었다. 사진에 찰나를 담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끊임없이 자신의 생활방식에 의심을 가진 것 같기도 하다. 제주도에서 10년을 머물면서도 타자일 수밖에 없는 자신에 대해 의심한 것 같다. 필름과 사진에만 그의 영혼이 있었다.

 

 이렇게 자신을 홀대하며 사진에 전념했던 작가는 40대의 나이에 죽음을 코앞에 둔 환자가 되어있었다. 더 이상 카메라의 셔터를 누를 수 없게 되었던 그는 마지막 남은 생명력으로 갤러리를 꾸몄다. 그러나 이때의 작가의 모습은 오히려 결연하다. 답을 찾은 것 같고, 더 이상 사진을 찍을 수 없는 몸이라서 그런지 새로운 풍경을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되어서 그런지 그의 뿌리가 이제야 제주도에 박힌 것 같다. 죽음 앞에서는 더 이상 진리를 찾지 않아도 되어서일까? 근육과 살을 다 잃었어도 오히려 단단해져서 갤러리를 완성해 가는 그의 모습에서 바람을 투과시키면서 살아남은 제주도의 돌들이 연상된다.

 

제주도의 어느 폐교에 마련된 그의 갤러리에는 어떤 사진이 전시되어 있을까. 

 

 그렇게 사진을 남긴 작가의 삶이란 무엇일까. 

 예술가의 인생과 그 생각, 감정의 깊이는 이해하기 힘들다.

 하지만 그렇게 자신을 갉아먹어 가면서 찍어낸 사진들만큼 그에게 중요한 것은 없었겠다는 생각도 든다.

 

깊이 있는 사진에 깊이 있는 삶이 깃들었다.

같은 나무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

그의 사진에는 제목이 없다. 

어떤 스토리도 사진에는 크게 보이지 않는다.

나에겐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찰나의 순간에 대한 작가의 사랑이 느껴진다.

눈에 보이는 것 외에 그는 자연에서 어떤 진리들을 찾아내었다.

그 진리들이 너무도 찰나의 순간이어서 사진으로 남기는 사진작가가 되었을까?

이제 김영갑 작가는 세상을 뜨고 없다. 사진만 남아 그 안에 깃든 몰입과 삶을 보여줄 뿐이다.

 

 

 

6. 끊임없는 비극과 고통 속에서도 풀과 나무들은 비명 한번 내지르지 않고, 불평 한번 없이, 절대로 도망치는 법도 없이 묵묵히 새 삶을 준비합니다.
37. 모두에게 인정받기보다는 나 자신에게 인정받는 게 우선이다.
45. 사람들은 서로 다른 마음으로 세상을 느끼고 삶을 판단한다. 다른 생각으로, 다른 이상을 위해 살아가며, 다른 것을 꿈꾼다. 

 

이상하게 도무지 글을 쓰면서 내가 뭔 말인지 모르겠다. 

그 사진에 담긴 그 무엇을 잘 이해하지 못했나 보다.

한쪽 글로 쓰기에 김영갑 작가의 무게가 무거웠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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