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책리뷰9 [두고 온 여름] 성해나 - 잡고 싶었던 그 시절의 무언가 두고 온 여름 첫번째 소설집 『빛을 걷으면 빛』(문학동네 2022)에서 나와 타인을 가르는 여러 층위의 경계와 그 경계를 넘어 서로를 이해하려는 시도를 진중하고 미더운 시선으로 탐사했던 작가 성해나가 신작 소설 『두고 온 여름』을 펴냈다. 젊은 감각으로 사랑받는 창비의 경장편 시리즈 소설Q의 열여섯번째 작품이다. 왜 타인을 헤아리고 받아들이는 일은 언제나 낯설고 어렵기만 한지, 이제는 함께할 수 없는 인연과 슬픔도 후회도 없이 작별할 수 있는지, 실패한 이해와 닿지 못한 진심은 어떻게 의미 없이 사라지지 않고 희미하게나마 빛나는 기억으로 남게 되는지 한층 깊어진 응시와 서정으로 풀어냈다. 부모의 재혼으로 잠시 형제로 지냈지만 마음을 나누지 못하고 영영 남이 되어버린 기하와 재하. 두 사람이 과거와 현재를.. 2023. 11. 29. [어쩌면 스무 번] 편혜영 어쩌면 스무 번 우리를 둘러싼 일상을 고밀도로 압축해 보여줌으로써 표면화되지 않은 삶의 뒷모습을 감각하게 하는 작가 편혜영의 여섯번째 소설집 『어쩌면 스무 번』이 출간되었다. 소설집 출간을 앞두고 이루어진 손보미 작가와의 특별 인터뷰에서 “잡지에 발표된 소설이 책에 그대로 실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말했듯, 편혜영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쓰인 단편들 가운데 성격이 유사한 여덟 편을 골라 묶은 뒤 작품을 거듭 숙고해 퇴고했다. 그렇게 치열하고 꼼꼼한 수정을 거쳐 묶인 이번 소설집은 간결한 문장으로 만들어내는 서스펜스가 여전히 선명한 가운데 그와 분리되지 않는 삶의 애틋함을 그동안의 작품과는 다른 방식으로 보여준다. 우리에게 익숙한 장소와 관계를 새로이 돌아보게 함으로써 한국문학의 예외적인 시간을 .. 2023. 11. 1. 가면산장 살인 사건 / 히가시노 게이고 가면산장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가면산장 살인사건』. 저자와 독자가 아슬아슬한 두뇌 싸움을 벌이게 되는 이 작품은 외딴 산장에 모인 여덟 명의 남녀와 한밤중에 침입한 은행 강도범의 인질극을 그리고 있다. 잘 짜인 무대에서 벌어지는 연극과도 같은 이 소설은 그 누구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엄청난 반전을 담고 있다. 초대된 손님과 2인조 은행 강도 사이에 긴장과 서스펜스가 점차 고조되는 가운데 클라이맥스에 이르러 전개되는 대반전을 만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아버지 소유의 별장 근처 작은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 꿈이었던 도모미는 그 꿈이 이루어질 날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운전 부주의로 인해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절벽에서 추락해 사망한다. 얼마 후, 그녀의 약혼자였던 다카유키는 도모미의 .. 2023. 9. 30. [자기 결정] 페터 비에리 / 과연 나는 자기 결정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1장만) 자기 결정 『자기 결정』은 독일의 저명 철학자이자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작가 페터 비에리 교수의 신작으로, 전작 《삶의 격》에 이은 ‘삶과 존엄’ 3부작 중 두 번째 책이다. 《삶의 격》에서 페터 비에리가 삶에서 가장 절실한 가치로 ‘존엄성’을 이야기했다면, 이번에는 존엄성을 지키며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한 삶의 방식으로 ‘자기 결정’의 철학을 이야기한다. 저자에 따르면 자기 결정의 삶이란 외부의 시선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 자신만을 기준으로 삼으며 살아가는 방식을 의미한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른 사람들에게 부화뇌동하며 갖게 된 생각과 취향은 아닌지 들여다보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써나가는 ‘진정한 나’로 살아갈 때야 비로소 가장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냉철한 자기 인식에.. 2023. 9. 18. [살짝 욕심이 생겼어] 요시타케 신스케 / 그는 독특한 생각의 색깔을 찾아낸다 살짝 욕심이 생겼어 기상천외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유쾌한 작품을 만드는 요시타케 신스케 작가가 이번에는 ‘욕심’을 주제로 책을 냈다. 배우자와 아들, 지나가던 낯선 사람, 노인과 아이 등이 욕심 내는 순간을 ‘신스케 스타일’로 포착해 책에 담았다. 휴일 오전에 빨래를 해치워버리고 싶은 마음, 두루마리 휴지 포장 비닐을 손으로 쭈욱 찢고 싶은 마음, 배우자가 휴지를 아껴 썼으면 하는 마음 등. 일상 속 소소한 욕심을 그림과 글로 표현했다. 또한 요시타케 신스케 자신이 작가로서, 아빠로서, 훌쩍 중년이 되어버린 어른으로서 품는 갖가지 욕망을 진지하면서도 무겁지 않게 고백하기도 한다. 《나도 모르게 생각한 생각들》의 후속작으로, 이번에도 요시타케 신스케의 스케치 노트를 들여다보는 듯한 흥미로운 감각을 잃지 않았.. 2023. 9. 11. [그 섬에 내가 있었네] 김영갑 / 처절한 예술성이 느껴지는 포토에세이집 그 섬에 내가 있었네(양장본 Hardcover) 루게릭병으로 6년간 투병생활을 하다가 2005년 세상을 떠난 사진작가 김영갑의 포토에세이집, 『그 섬에 내가 있었네』. 1985년 사진 작업을 하던 제주도에 매혹되어 그곳에 정착했다. 어느날부터 사진을 찍을 때면 셔터를 눌러야 할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루게릭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병원에서는 3년을 넘기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절망하지 않고 2002년 폐교를 고쳐 갤러리 '두모악'을 열었다. 그리고 투병생활을 한지 6년만인 2005년, 병원이 말한 3년의 두 배를 살고 세상을 떠났다. 뼈는 갤러리 '두모악'에 뿌려졌다. 그래서 지금, 저자는 자신이 사랑한 제주도에 영원히 머물게 되었다. 이 책은 저자가 투병생활 5년째인 2004년에 출간한 〈그 섬에 .. 2023. 9. 7. 이전 1 2 다음 320x100